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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머신
leibi
2022. 11. 6. 23:27
10년 전쯤 헬쓰클럽 비슷한 곳에 몇 번 나갔습니다. 몸짱을 만들어보자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시내 한가운데서 그 나마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일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줄넘기를 하고 아령과 역기와 덤벨 등을 들었다 놨다 했습니다. 재미없었습니다. 그나마 재미있는 것은 런닝머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계 위에서 오랫동안 가끔 땀을 흘리며 달렸습니다. 기계에서 내려왔을 때, 다리가 약간 휘청거렸습니다. 내가 무엇을 했던 거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달렸어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고, 달리기 흉내를 무한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웃기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계곡에서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고 올라갔던가 싶었는데 다시 계곡으로 떨어지는 시지프스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여졌습니다. 허망했습니다. 며칠 뒤 헬쓰클럽을 그만두었습니다.
살면서 이와 비슷한 체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좋고 선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절제하고 포기하면서, 그런 삶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았는데, 언제나 그 자리에서 헛발질을 한 것에 불과했다는. 런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달렸지만, 한 발자욱도 나가지 못한 자신을 보는. 그게 삶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황당한, 체험. Running machine인가, Learning machine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