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2. 10. 24. 20:39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 가을비 치고는 많은 비였다. 가을비는 스산하다. 좀 더 후하게 말한다면, 사람을 사색적으로 만든다. 봄비는 재잘거리는 애기와 같다. 겨우내 얼어붙은 것들을 풀어내는 희망과 설렘의 비다. 여름 비는 시원하다. 더위를 식혀주고 굵은 빗줄기 소리가 시원하다. 똑같은 비지만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리라. 

 

비가 그친 뒤의 가을 저녁이 싸늘하다. 특별히 한 일도 없으면서 바뻤던 하루를 상큼하게 해주는 시원함이다. 비와 바람으로 나뭇잎이 거의 떨어져 버린 나뭇가지 사이로 별들이 보인다. 유난히 맑다. 내가 별을 보고, 별이 나를 보고. 서로 만나기 위해, 얼마나 먼길을 달려왔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을까. 헤아릴 수 없는 멀고 먼 거리에 있다는 것만 알뿐이다. 그렇게 먼 곳에서 있지만, 이렇게 밝다면 얼마나 밝은 별일까. 한없이 상상하게 하고 신비의 세계로 인도하는 가을의 맑은 별을 보고 있다는 것,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