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묻다
leibi
2022. 10. 23. 15:49
묻다. 여러가지 뜻으로 쓰입니다. 몇 년 전에 어머니와 형님을 땅에 묻었습니다. 아버지와 둘째 누나도 땅에 묻였겠지만, 또렷한 기억이 없습니다. 선배 수도자들이 어떻게 땅에 묻히는가를 보았습니다. 여름과 가을에 필 꽃을 바라면서 설렘과 희망안에서 씨았을 묻었습니다. 이렇게 씨앗이 묻힘으로써 우리 주변과 세상이 아름다운 꽃으로 꾸며집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되는 이야기와 비밀스런 일을 가슴속에 묻습니다. 속앓이로 될 수도 있지만, 그런 묻음을 통해 그 사람과 단단히 결속되고 하나로 됩니다. 자기 삶의 일부분을 땅에 묻습니다. 사람과 관련된 기억을 묻는 것이고, 어떤 물건을 묻는 것이고, 어떤 일과 관련된 자신을 묻는 것입니다. 묻음 혹은 묻힘은 매듭짓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끝나고, 새로운 시간속으로 들어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땅에 묻히고 동굴속에 묻히신 것도 같은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