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말로 표현하기
스스로에게 묻는다는 것, 스스로를 이해한다는 것, 변화한다는 것, 이것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는 말과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자신에 관해 결정한다는 것, 이것은 자신의 생각에 관해 방향을 정하고 믿어왔던 것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린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명백히 밝히는 과정이 자기 결정의 한 행위인 것이지요. 사고에 있어서 성숙해지고 자립적이 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한다고 믿게끔 속이는 맹목적인 언어습관에 대해 잠들어 있어 촉을 세우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정확한 의미를 따져보는 것이고, 그것이 의미를 가졌다는 것을 과연 무엇을 통해 알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고 바라는 많은 것이 우선 우리 자신에게 조차 혼란스럽고 불투명합니다. 그래서 언어로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혼란스러운 느낌들을 감정적 확신으로 변하게 됩니다. 경험을 나타내는 우리의 언어가 세분화될수록 경험 자체도 세분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달리 표현한다면 자기표현 과정을 통해 개인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식된 경험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식되지 못한 것을 의식화하는 것, 이 두 자기 방법은 우리가 언어적 발현을 통해 우리의 감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기 결정의 적용 범위를 내면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자신의 감정에 동감하여 그 감정을 정신적 정체성에 융합시킬 수 있는 바탕인 현실적인 자아상을 발전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감정과 더불어 살려고 하는 이유는 감정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문항심, 은행나무, 2022, 18-24)
☞ 천천히 읽어가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이다. 자기 삶과 관련된 것을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고 이루어간다는 말이겠다. 이렇게 중요한 자기 결정을 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고, 자기 인식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기표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표현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시간이며, 소극적인 방법과 적극적인 방법이 있다. 소극적인 자기표현은 자기가 살고 있는 주변 환경에 대해서 말하고, 자기가 먹고 있고 입고 있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본인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게 된다. 적극적인 표현은 자기주장과 의견을 피력하는 것인데, 주로 말과 글로 이루어진다. 말은 타인에게 자기를 알리기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 자신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좋은 도구이다. 말을 명확하게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의 내적인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자기 인식을 하기 위해, 말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글은 말과 생각을 적는 부호이며, 인간이 발견한 도구 중에서 최상위층에 있는 것이다. 말은 사람이 태어나서 몇 개월 뒤에 배우지만, 글은 몇 년의 시간을 요구한다. 더구나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또 몇 년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