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동해의 수평선
leibi
2022. 9. 18. 15:52
내가 동해를 좋아하는 이유는 칼로 자른 듯한, 하늘과 바다를 나무면서 좌우로 수십킬로미터 펼쳐져있는 날카로운 수평선때문이다. 너무도 날카로워 그 어떤 구차한 설명과 묘사를 거부하면서 마음속에 숱하게 많은 단어의 태풍이 일어나게 하는 수평선의 서늘함. 수평선 그 너머, 좌우에서 끊긴 절벽 끝에 있을 그 어떤 세상에 대해서 상상으로도 허용하지 않으며 그저 바라봄만을 허용하는 완고한 수평선이다. 이런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파도와 파도소리이다.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이런 소리를 들으며, 해변에 앉아있노라면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있는, 해변의 모래 알갱이 하나처럼 아주 작고 작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