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씀/생명의 말씀

옛것과 새것

leibi 2022. 7. 19. 22:38

움베르토 에코가 말했습니다. "초기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은 짝수와 홀수, 유한성과 무한성, 단일성과 다양성, 오른쪽과 왼쪽, 남자와 여자, 직선과 곡선의 대립에 조화가 있다고 보았다." 세상은 이처럼 양립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살기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러기에 얼마나 멋진 삶이겠습니까?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 삶의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사람에게 매력을 줍니다. 눈에 익은 것만 있으면 금방 싫증이 납니다.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것만 있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귀에 익은 소리만 하면 듣지 않습니다. 새롭게 들리는 소리에는 방어기제가 작동합니다. 모범생과 함께 있으면 따분합니다. 사고뭉치와 함께 있으면 불안합니다. 옛것은 정감이 갑니다. 새것에는 마음이 끌립니다. 이처럼 상호 양립할 수 없는 것 혹은 대조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마태 13,52)  오래된 하느님 말씀을 새롭게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사제의 의무입니다. 수없이 들었던 성경구절에 대해 처음 듣는 것처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이 강론자의 의무입니다. 이런 일을 하라고 하느님으로부터 불림받은 것입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기도하고, 성경을 연구하고,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고, 삶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