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나무에서 배움

leibi 2022. 7. 16. 23:01

개인의 존중, 자유로운 자기 의사 표현과 주장, 개인의 고유함, 자아실현 등. 다양성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단어들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독특하고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어떻게 될까? 다양성과 더불어 하나됨이 없다면, 우리 생활이 어떻게 될까? 사람이 아닌 나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나무의 뿌리와 잎은 전혀 다르다. 뿌리는 땅속에 있지만 잎은 하늘에 있다. 뿌리는 땅속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지만, 잎은 햇빛을 받아들이기만 한다. 뿌리는 땅속 깊이 파고 들지만, 잎은 하늘을 향해 높이 자라려고만 한다. 뿌리가 흡수한 물을 물관을 통해 하늘 높은 곳에 있는 이파리 끝까지 이동한다. 잎은 햇빛을 받아 녹말과 당분을 만들어 체관을 통해 뿌리로 내려보낸다. 

 

뿌리는 잎의 다름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왜 땅속으로 들어오지 않느냐고, 왜 밖으로만 나다니느냐고, 왜 밝은 곳만 지향하느냐고. 잎도 자기와 전혀 다른 뿌리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왜 밖으로 나와 활동하지 않느냐고, 폭풍과 비바람을 왜 나만 감당해야 하느냐고, 왜 무거운 열매의 무게를 나만 감당해야 하느냐고. 뿌리와 잎은 상대의 다름을 알고 있지만,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한다. 자기들이 하는 일이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지 안 주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나무가 생명을 지닌 나무로 되는 것이다. 봄에는 예쁜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주면, 가을에는 탐스런 열매를 선사한다. 

 

자기는 자기대로 살면서 자기와 다른 것은 다른 그대로 꽃을 피우며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참된 다양성과 하나됨을 위한 길이다. 나무들은 누가 이것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데 만물의 가장 위에 있다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살지 못하는가.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 욕망, 자유의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 등. 무엇이 다양성을 혼란의 주범으로 생각하게 하고, 무엇이 하나됨이라는 명목으로 타인을 나처럼 만들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