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말과 글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생활이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애기들이 버버거리는 것은 소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기 의사를 자유로이 표현하는 도구를 습득하는 지난한 과정에 있다는 말입니다. 말과 글이 종속되어 있으면 사고방식이 자유롭지 못하고, 사고가 자유롭지 못하면 일상생활도 주된 언어에 종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말과 글의 지배자가 사고와 일상생활을 지배합니다.
우리 사회가 혼탁하고 혼란스러운 것은 말과 글이라는 것과 연결시켜 생각할 때, 말과 글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어떻게 말하는 것이 제대로 말하는 것인지 배우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과외로 웅변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과연 그곳에서 어떤 교육을 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가정에서 말하기를 가르쳤던가요. 가정의 대화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으로 아주 단순합니다. 가족간의 대화를 잠깐만이라도 되돌아본다면, 일상의 기본적인 단어에서 크게 벗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말하는 방법도 친밀하긴 하겠지만, 함부로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학교에서 제대로 말하는 방법을 배웁니까. 논리와 토론에 대해서 배우긴 하지만, 시험보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말하기는 사회에서 배우기는 더욱더 힘이 들 것입니다. 말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자기를 드러내고, 너를 긍정하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상호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이런 것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말의 순기능은 약화되고, 말이 지니고 있는 역기능만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주장과 아니면 말고식의 까발리기, 적나라한 감정 폭로와 배설식의 표현...
제대로 된 말하기를 배우지도 않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에 대해서도 얼마나 배우고 가르쳤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의 일기쓰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글쓰기가 아닐까요.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하고, 문법과 관계없는 표현을 하고, 앞뒤가 맞지 않은 글을 쓰고...
말과 글이 갈팡질팡이니 생각도 줏대가 없이 갈팡질팡이고 생활도 혼란스럽습니다. 말과 글을 바로 잡고, 정화하고, 다듬는 것이 생각과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때입니다. 이곳에 적고 있는 글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쓰고 있습니다. 저의 말과 글을 바로잡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