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leibi 2022. 6. 18. 21:17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 좋은지 잘 몰랐거든.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였고, 유명한 음악가의 음악이니까 그러하겠지 하는 정도였지. 그런데 요새는 클래식 음악이 좋더라구. 그냥 듣기에  좋고, 상당히 오랜동안 듣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 음악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음악에 대해 공부한 것도 없었거든.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뭔가 이해할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요새는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고 있고, 클래식 음악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갖고 있어." "그래요. 좋은 시간이겠습니다. 지금까지 별로 관심이 없었던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되잖아요. 그런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 클래식 음악이 왜 좋아지게 되고, 뭔가 이해하는 것처럼 되었을까요?  왜, 무엇때문에 그렇게 되었을까요?"

 

"글쎄, 잘 모르는 음악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책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네. 글방을 10년 정도 하면서 많은 것을 체험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이와 관련된 것이었거든. 사실 글방에서 읽고 있는 책들이 상당히 어려운 책들이거든. 그렇게 어려운 책을 선정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사람들이 말랑말랑한 책읽기에 길들여져 있기에,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사고가 깊지 못한 것처럼 보여지더라고. 그래서 일부러 사람들이 이해하기에 조금 버거운 책들을 많이 읽고 있거든. 그런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려고 애를 쓸 것이고, 그러다 보면 사고가 조금이라도 깊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야. 그런데 글방 사람들이 읽기에 어려울 것처럼 예상했던 책들도 사람들이 그런대로 이해하고, 어떤 때는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관점으로 날카롭게 책을 해석해 내더라고.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지. 그래서 생각해 보았지. 무엇이, 왜, 어려운 책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게 했을까? 글방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꾸준하게 책을 읽고 있었던 사람이어서, 책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었기 때문일 수 있지.  책에 대한 내공이 쌓였기 때문에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거지. 이것 외에도 다른 요인은 없을까 생각해 보았거든. 그리고 인간이 지닌 정신력과 관련되지 않을까 생각했어. 인간은 육으로만 되어있지 않고, 정신을 갖고 있지. 인간이 갖고 있는 이 정신은 육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처럼,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애. 다시 말해,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그 자체로서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거지. 여기에 교육이 가미된다면 그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양적인 면에서도 급속도로 팽창하겠지. 음악을 받아들이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 정신의 발달과 관련되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기 위해 책에 대하 이야기가 길어졌지. 물론 선천적으로 소리에 대한 민감함과 음악에 대한 소양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음악과 관련된 분야에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속도가 빠르겠지. 그렇지만 이런 소양이 없어도, 사람들이 추구하는 참되고 아름답고 진실된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음악에 대해, 특히 클래식 음악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왜냐면, 모든 음악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클래식 음악은 위에서 말했던 것을 추구했던 것이고, 인간을 넘어선 세계에 대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들 말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정신 세계가 깊어진다는 말이고 그 영역이 넓어진다는 말이기 때문에 음악에서 추구했던 영역과 겹치게 된다는 말이지. 어찌, 음악에 대해서 뿐이겠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었을 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 진리가 그냥 보이는 경우가 많잖아... 이런 면에서 나이듦이 꼭 피해야 할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 바오로 사도께서도 말씀하셨잖아. 육은 날로 허약해져 가지만 영적인 면에서 날로 새로워져 간다고. ..."  며칠 전, 후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면서 나누었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