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2. 6. 2. 09:53

민들레의 한살이를 보았습니다. 이른 봄 길가, 길 한가운데서 한 살이가 시작됩니다. 겨울의 회색과 칙칙함이 아니라 애기들처럼 노랑꽃을 피웁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지 못하는 흔하디 흔한 꽃입니다. 가까이서 자세히 볼 때 민들레가 민들에임을 알게 됩니다. 코스모스만 우주의 원만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노랑꽃 속에 있었던 하늘과 땅, 우주를 봅니다. 꽃모양이 하얀 솜털로 바뀝니다. 떨궈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떠나고 싶어 하는 솜털을 그러안고 있습니다. 아쉬움과 홀가분함으로 솜털을 하나둘 떠나보냅니다. 민둥산이 될 때까지. 그리고 고개가 꺾이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풀로 되고, 누구에게든 밟혀도 소리 하나 내지 않는 시간을 견딥니다.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는 그 시간이 너무 길어 봄이 되자마자 잎을 내고 꽃을 피웁니다. 지금부터 그대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