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다시 산속에서
leibi
2022. 5. 13. 19:32
사로잡힌 사람이어야 한다. 하느님께 사로잡힌 사람, 예수님께 사로잡한 사람이어야한다. 자기 의지와 노력으로 그분께 온전히 봉헌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을 사랑으로 표현하든 하느님체험으로 표현하든, 하느님께서 그 사람을 붙들어 잡아주는 체험이 없을 때 인간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지금까지의 삶에 대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자책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했을까 등의 아쉬움이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았기 때문에, 지금 알고 있고 느끼고 있고 생각하는대로 실천해야 하지만, 결심하고 있는 것과 구체적인 현실에서 살아내는 것 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이 괴리감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 사는 것이 바로 말하는 것이고 선포하는 것이었던 사람은 예수님 뿐이었기 때문이다. 괴리감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모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끌어낼 때 삶의 정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불순물이 뒤섞여 있는, 그래서 영이 서려있지 않는 말이고, 그래서 울림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겹유리창이어서 바깥의 소음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바람에 움직이는 나뭇잎을 본면서 바람이 있음을 알뿐이다. 계곡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또렷하지 들리지 않고, 바람소림처럼만 들린다. 운동을 하고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으며 웃는소리가 들린다. 몰두하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로잡힌 체험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 정신을 흩어지지 앟게 하기 위해서 눈을 흐리게 하고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책을 가져오지 않았다. 빈곤, 비어있음, 빈자리 등이 삶의 중심이고 이것에 의해 삶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