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조율을 넘어서는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글항아리, 2021
"톤마이스터 최진-이상적인 구조와 뉘앙스를 가진 소리를 찾아서"(333-358)
* 톤마이스터tonmeister란 현대의 녹음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리코딩 프로듀서와 리코딩 엔지니어를 겸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톤마이스터는 음악 전공자 수준으로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음악 이론뿐 아니라 악기와 연주와 관련된 모든 기술적인 부분, 나아가 예술적인 부부까지 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지영)
* 100명의 연주자가 앉아 있는데 밸런스가 칼같이 다 맞을 수는 없어요. 어디는 볼륨이 작고 어디는 클 수 있거든요. 음반을 구입해 듣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프로듀서가 능동적으로 개입해 그 균형을 잡는 거죠. 음반은 되지 않은 소리와 음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닙니다. 음악적으로 좋은 밸런스를 갖춘 위치에서 녹음하고 최적의 음악적인 라안을 담아낸, 그러니까 이상적인 구조화 뉘앙스를 지향하는 지점에서 녹음이 이뤄진 결과물이에요. 소리와 음악의 밸런스가 최적화된 상태를 찾아 기록으로 남긴 것입니다.
* 정경화 선생님의 요즘 연주는 예전처럼 칼같이 정확한 음정과 기교, 오케스트라를 다 잡아먹을 듯한 음악성과 카리스마가 우선이 아니에요. 기교나 템포, 힘찬 에너지를 다 걷어내도 그 안에서 행복과 감동을 안겨주는 연주를 하세요.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극장에 온 2-3천명의 청중 모두에게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마법과 같은 경험을 안겨줍니다. 관객들이 그 전율을 알아요.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귀에 들리는 정교함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열광할 수밖에 없지요.
* 소리가 한 방향에서 전달되는 형식은 모노다. 좌우에서 전달되면 스테레오, 청취자가 있는 자리의 뒤에서부터 전달되면 서라운드가 된다. 최근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3D 몰입 음향'은 서라운드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입체적인 소리를 말한다. 소리의 층위가 생기는 것으로 천장에서도 소리가 들린다. 마치 높은 천장을 가진 공명 좋은 홀에서 연주를 듣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지영)
☞ 산길을 걷다 자주 멈춥니다.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모노, 스테레오, 서라운드, 3D로 소리가 들립니다. 가까운 앞에서 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가, 저 멀리 뒤쪽에서 들릴 듯 말듯한 소리가 다가옵니다. 온몸으로 소리가 들어오기 때문인지 아니면 소리들이 스스로 조율을 하는지, 그 어떤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밖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있지만, 마음속에는 고요합니다. 오랫동안 그 속에 머뭅니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움직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 뿐입니다. 들은 것 같은 소리를 웅얼거리면 또 다른 소리가 뒤따라 옵니다. 이런 소리가 모아져 노래가 됩니다.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몸을 움직입니다. 처음의 움직임이 다른 움직임을 이끌고 나갑니다. 그렇게 하면서 춤을 추게 됩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노래를 만들고 춤 추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밖으로 끌어내는 행위가 필요하다는것입니다. 자신의 작은 행위를 통해 숨겨져 있었던, 소리가 움직임이 드러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형체에도 똑같은 과정이 적용될 것입니다. 오감으로 받아들이고 오감을 통해 무엇인가 표현하지만, 오감을 넘어서는 행위입니다. 이성의 활동이 요구되지만 이성을 넘어선 영역으로 이끌어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