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거슬러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글항아리, 2021
"발레리나 강수진-각자의 음악성을 발휘하며 춤을 추다"(309-329)
* 무용에서 말하는 음악성이란 하나, 둘, 셋 박자를 제대로 셀 줄 아느냐의 여부가 아니에요. 박자 세는 건 음악을 따라가는 것이고 음악을 느끼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몸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음악을 어떻게 듣고 느끼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에 차이가 생간다는 거죠. 음악성을 타고난 게 아니라면, 적어도 악기를 다룬 경험이 있거나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어다든가 하는 배경은 중요한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 음악과 춤은 우리가 말을 배우기 전, 생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리고 있어요. 한 살도 안된 아이가 음악을 듣고 몸 움직이는 걸 보세요.
* 사람은 정신과 육체가 연결되어 있을 때 가장 건강합니다. 어느 한쪽 균형이 깨지면 신호가 오잖아요. 그런데 음악이 중간에 큰 역할을 해줍니다. 어떤 음악은 듣자마자 몸의 긴장이 완화되고 근욱이든 감정이든 무언가를 건드리고 깨웁니다. 방치되어 있던 몸과 정신에 말을 거는 거죠. 춤의 동작 하나하나는 음악과 연결되어 있어요. 몸을 푸는 기초운동도 음악에 의해 움직이도록 합니다. 음악을 듣고 몸의 힘을 빼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생기거든요.
* 저는 제 몸이 음악을 표현하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혼이 있는 악기인 셈이죠. 음악은 악기만 있어서 연주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몸이라는 악기를 연주해줘야 할 무용가가 어떤 일 때문에 정신은 다른 데 가 있고, 음악을 느끼기보다는 연습하고 훈련된 몸의 기술로만 춤을 추고 있다면 관객도 집중을 못해요.
* 음악은 특정한 문화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예술이기 때문에 음악을 알아가고 좋아하면서 세대나 지역 문화에 대해 갖고 있던 벽을 허물게 된 적도 많아요.
* 듣는 음악에 따라 근육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거죠. 근육도 음악을 듣는 거예요. 음악은 정신과 몸 모두를 깨우고 연결시켜주는데 이런 걸 보면 무용가들의 귀가 음악에 대단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기능 중 약해지는 게 생기면 다른 기능이 더 발달한다고 하찮아요. 음악을 들을 수 없었을 때 음악에 더 예민해진 것처럼, 어쩌면 몸을 움직이지 못했을 때 몸의 구석구석 잠들어 있던 감각이 더 예민해 진 게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