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 대한 욕구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길게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 도중에 부연 설명하지 않고 끊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복된 일이다. 대화의 필요성과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대화다운 대화는 하고 있는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침묵하는 것이 껄끄러워 하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대화를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꼭 해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은 하지 않고 외둘러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아무 하고나 이야기한다고 대화의 욕구가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화의 내용과 주제에 따라 대화 상대가 바뀌어야 한다. 대화의 상대와 공유하는 정보와 지식과 정서의 양과 질이 깊이 있는 대화와 그저 그런 대화를 가름한다. 대화의 빈곤은 정신을 빈약하게 한다. 나의 속에서 무엇인가 나가고 그 빈자리에 상대방의 말이 들어와 내면에서 축적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내면에 축적되어 있는 것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정형화되어 있고 기대되는 것 이상의 말을 할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할 때 지루하고, 말은 듣고 있지만 생각은 다른 곳에 가 있는 체험이 얼마나 많은가. 대화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것을 채우려 하는 것이 사람들의 특성이다. 대화의 대체제로 많이 먹거나 잠을 자고,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텔레비젼을 멍하게 보고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다른 사람에 관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등등. 대화하고 싶은 욕구를 가장 넓고 깊게 채워줄 수 있는 것이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과 대화할 수 있고, 자기 마음속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으며,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은 사람과 시공을 초월해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