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2. 3. 20. 17:19

처음에 길이 있었습니다. 넓고 편안하여 길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어느 날 길이 사라졌습니다. 서서히 혹은 갑자기 길이 없어졌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법칙을 따를 뿐이었다라고들 생각할 뿐입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갑니다.  처음 가는 길에 대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큽니다. 길을 찾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갈 뿐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곤 합니다. 누군가 뒤따라 오리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시 그 길을 갑니다. 자기 발자국을 딛고 갑니다. 낯선 발자국이 보입니다.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알 수 없습니다. 들짐승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갑니다. 고개너머로 사라져 어디론가 갑니다. 어떤 사람이 발자국을 따라, 그 길을 갑니다.  먼저 깨달았던 사람, 먼저 보았던 사람, 먼저 들었던 사람이 길을 갑니다.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다른 사람이 갑니다. 길이 있어 길을 가지만, 길을 가면서 길을 만듭니다.  그렇게 길이 생깁니다. 세상 사는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