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2. 2. 7. 20:55

최소한 지금, 직종으로 치면, 어떤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일까? 장기판의 포차 떼고, 내가 내 걸었던 다른 사람들이 걸어주었던 간판 떼고 생각해 보자. 너무 지나친 생각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면 덧쒸워진 간판 때문에 자기가 무엇이나 되는 듯 행세하다가, 간판이 떨어져 나가면 그때 받아야 할 괴로움이 예상 외로 크다는 것 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분류해 보자면, 서비스 업종이고 그중에서 숙박업체에 속한다. 그리고 이곳이 일반 숙박업체와 상당히 다른 곳이지만, 나는 이 숙박업체에서 예약받는 것과 손님 오시면 객실로 안내하는 것을 담당하고 있다. 예약 받을 때는 감정 노동자여야 하고, 오시는 손님을 위해서는 호텔의 '벨 보이'(이 용어가 맞나?)처럼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예약 전화를 받을 때면, 상대방의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사람일지 감이 잡힌다. '감'이 잡힌다는 것이  순전히 주관적이고,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감'이 잡힌다고 말하는 당사자인 나는 거의 대부분 맞다고 생각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글쎄'라고 머리를 갸웃거리겠지만.

 

암튼,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말하는 방법도 다양한 것을 보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통화하기 거북스러운 사람은 자기가 잘 나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이것도 '감'에 대해 말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사람이 그런지 그렇지 않는지 전혀 모르지만. 예약 담당자인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묻고 알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람이 가끔 있다. 서비스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주장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먹고살게 해주는 사람들에게 머리숙여 감사해야 하는데, 좀 거북하다는 말이다.

 

서비스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고객만족이어야 하고, 지금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한때는 고객을 왕처럼 모셔라고 말들 했다. 이 업계에서 일한 지 4년이 되어간다. 내적인 태도야 보이지 않으니까 말 하기 어렵지만 외적인 태도에서 만이라도, 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이 갖고 있는 깊이 허리 숙이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외적인 태도에 곁들여 진심으로 봉사하려는 내적 자세로 바뀌어 져야 할 것이다. 전화 통화하면서 만난 사람들, 이곳에 나그네처럼 오시어 몇 일 묵다 가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나그네의 한 사람으로 살 준비를 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