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영성/똘레제
고백록-사랑의 불로 정화됨
leibi
2022. 1. 19. 22:24
저는 시간속으로 흩어진데다 시간들의 질서를 알지 못하며, 저의 생각이며 제 영혼의 내밀한 골수가 갖가지 혼란속으로 산산조각 나는 중입니다. 제가 당신께 대한 사랑의 불로 정화되고 녹아내려서 당신 안으로 흘러들어가기까지는 그렇습니다. (<고백록> 11권 29장 39절)
☞ 사랑의 불로 정화된다는 것은 평화로운 상태가 머문다는 말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정화된다는 것은 고통받는다는 말이다. 육체적으로 고통받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고뇌하고 괴로워한다는 말이다. 고통받고 고뇌하게 되는 원인은 타인에 의해서 그렇게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자신의 약함과 죄스러움 때문에 그렇게 된다. 반복되어 나타나는 자기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악습과 선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지와 관계없이 빗나간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적인 자기 자신 사이의 괴리감은 내적 고뇌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고뇌하면서도 자비로운 하느님을 부르고 있는 자신이 이율배반적으로 여겨지겠지만, 그런 자신의 비참함을 보면서 현실의 자기모습을 깨달아 가는 것이 정화라는 생각이 든다. 정화란 순수하게 되어 가는 것이지만, 그곳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어둠과 칙칙함과 비참함과 초라함은 필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