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낯선 자기집에서

leibi 2022. 1. 6. 18:23

여러가지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 이틀이 지났다. 핸폰 교체를 했다. 5년 전에 구입한 핸폰의 용량이 적어 불편했다.. 속도 느린거야 느긋하게 견디면 되지만, 용량 부족한 것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다.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전혀 모르는 가게에 가서 해도 되지만, 조카와 함께 아는 곳에 가서 맘 편하게 교체했다.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고, 이 기계와 더불어 앞으로 5년 정도 씨름하며 지내게 될 것이다.

기다리면서 조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가정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지금까지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세상 사는 것과 가정생활하면서 어려움이 있으리라, 그렇지만 잘 헤쳐 나가고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까지 가정상에 대해서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 무심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손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알고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주면 아주 적겠지만 도움은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요새 젊은이들'의 생각과 삶과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방식과 사뭇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20대 초반에 겪었던 방황과 혼란과 절망과 어둠을 뚫고 나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보면서 어리지만 대견하게 여겨졌다.

고통이라고 하여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고통이든 자기 삶의 여정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자기의 삶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자기 삶을 그 사람에게 넘겨 줄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저마다 자기의 길을 찾아서 갈 수 있게, 옆에서 동반할 뿐이며, 그 여정안에서 함께 아파하고 그에게 기쁨이 주어진다면 그 기쁨을 조금 나누어 받을 뿐이다.

오랜만에 명동에 갔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않다는 것을 금방 느꼈다. 고백록과 관련된 소책자를 하나 구입하고, 성당에 들르고,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 인사드리고, 약해지지 않게 해달라고, 첫마음 그대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옆길로 들어설때라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아오스딩 성인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비로운 하느님께서 데리로 오신다는 믿음을 잃지 않도로 해달라고 기도했다. 몇 년전에 북콘서트 했던 자리는 그대로였지만 주인이 바뀌었음을 알기 때문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지나고 보면 힘들고 난리법석을 피웠던 시간도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자기자신을 긍정하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끔 오는 전화와 카톡에 응답하면서 돌아다녔는데, 산속에서 돌아다니는 것과 사뭇 달랐다. 자연안에서 자연인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무하고도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밀려가고 떠돌아 다니고 있지만 세상의 한 일원으로서 그렇게 하고 있었다. 세상속에서 산다고 하여 세상에 물들어 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의 어둠과 약함이 떨어져 나가고 벗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지고 떠안고 가야 할 짐도 그대로고 자기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와 고통도 그대로 있다. 자기에게 맡겨진 것을 잘 감당할 때 자기에게 충실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예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해가 지면 어둠과 별빛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지내다가 해가 지면 어둠과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등불이 켜지는 곳에서 잠시 머물고 있다. 오래 전에 낯선 이국에서 느꼈던 깊고 진한 향수와 무엇인지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시간이 오버랩된다. 좋은 시간이란 좋은 생각을 하고 있고 선한 행위를 할 때이다. 그리고 좋았던 시간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간이 쌓이고 쌓여 좋은 삶으로 되고, 좋은 삶은 반드시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게 되어있다. 그것이 지금 당장 나타날 때도 있고, 시간이 흐르고 흐른 다음,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좋은 영향으로 새롭게 싹을 튀우고 있는 좋은 생각 선한 생각인 것이다. 그 시간과 장소가 나와 너무 멀어 내가 전혀 할 수 없을 때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라.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기쁨과 평화와 자그마한 행복과 보람과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들 모두가 나의 노력으로 그리 되었던 것은 아니잖는가. 먼 옛날 어떤 선인의 있어 그가 드렸던 기도와 희생과 감당했던 고통의 결과라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알고 있다.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상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약함을 갖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우리 삶은 그렇게 이해할 수 없고 인간이란 존재는 말로 다 할 수 없이 신비로운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