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영성/똘레제

고백록-호기심과 필요성

leibi 2021. 12. 19. 22:34

어린 시절 배우던 그리스문학이 무슨 까닭으로 그리 싫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도 그 까닭을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 대신 라틴문학은 무척 좋아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1,13,20) ... 이것으로 제대로 분명해지는 점은 말을 배우는 데 더 큰 힘을 갖는 것은 까다로운 필요성보다는 자유로운 호기심입니다. 하지만 호기심의 멋대로 흐르는 움직임에 당신의 법으로 제동을 걸게 마련인 것이 그 필요성입니다.(<고백록> 1,14,23)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동력으로 호기심만한 게 없다. 어린 아이들이 자전거 타기를 배우려고 할 때 한강변을 달리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전거가 굴러가는 것이 신기할 테고, 그것을 자기가 굴리고 있다는 놀라운 것을 보면서 재미있게 여겨질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필요성과 유용성은 어른들에게 해당될 지 모르겠으나, 어린아이들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방법이다. 외국 여행할 때 써먹기 위한 영어공부가 몇 개월까지 지속되었던가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영어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재미에 빠지고, 미드의 대사가 한두 마디씩 귀에 들어오는 재미라면 그런대로 오랫동안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재미로 시작하고 호기심으로 지속할 수 있게 해야 하고, 필요성으로 왕성한 호기심과 재미를 조절해 나가야 한다. 배움은 멀고 험한 길이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기쁨과 즐거움과 상쾌함은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