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아름다운 우리 강산

leibi 2021. 11. 28. 21:26

<꽃핀 봄산처럼
꽃피는 봄산처럼 울렁거리는 바다
울렁이는 파도 위를 나는 갈매기
울렁이는 파도에도 요지부동인 철선.>
(2015년 4월 14일)

몇 년 전에 영도가 보이고 자갈치 시장이 있는 곳에 갔을 때, 썼던 내용이다. 그때 꽃을 피웠을 나무들이 단풍으로 변해 봄산의 화려함은 그대로 였고 철선도 그대로 였으며, 파도는 잔잔했다. 그때 앉았을 배를 붙잡아 두는 쇠말뚝에 다시 앉아, 그때 했을 생각을 다시 했다.

왜 , 무엇이, 무엇 때문에, 무엇을 찾아서, 그렇게 떠돌아 다니는가?

이에 대한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았을 사람이 있을 것이고, 어렴풋한 실마리를 잡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안개와 어둠속에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든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골치 아픈 이런 질문은 생각하지도 않고 잘도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느님’이라고 쉽게 대답해 놓고 맘 편하게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일찌감치 숙제 끝내놓고 맘 편하게 지내는 것처럼, 맘 편하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식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과 똑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지만,
연탄불에 꼼장어를 굽는 아지매가 있고, 이분들의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와 비슷한 일을 했을 것이고, 점심인지 저녁인지 김이 무럭무럭나는 국밥을 먹는 사람이 있고, 예상하지 않은 곳에 꽃집이 있고, 헌 만화책을 무더기로 파는 가게가 있고, 기름이 떠 있는 바닷가에서 잡은 고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함을 일어나게 하는 낚싯꾼이 있고, 오가는 사람들을 헤집고 다니며 커피를 파는 수레가 있고, 대부분 아지매들인데 물고기 좌판을 앞에 놓고 앉아 있는 젊디젊은 처자가 있고, 탱고에 맞추어 춤을 추는 초청한 것 같은 늙구스레한 한쌍의 전문 춤꾼들이 있고, 컴퓨터와 앰프를 연결하여 1인 밴드를 만들어 신나게 노래부르는 사람이 있고, 이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보지만 이들과 하나되지 못하고 그의 마음과 몸속에 이 모든 것들이 조금씩 스며들어가 있음을 수긍하며 있는 떠돌이 나그네가 있다.

초겨울이라고 생각하며 살던 곳에서, 늦가을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남쪽 바닷가에서 대낮의 빛이 도시의 화려한 불빛에 자리를 내어 줄 때쯤 광복동으로 갔다. 이곳 이땅 이때에 태어나게 하여 지금까지 그럭저럭 살게 해주신 그분께 감사하며,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하듯 나는 거룩한 전례를 거행하는 마음으로 조개미역국을 먹었다. 예상했던 대로 길거리 밴드가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가락 했을 노신사들로 구성된 밴드였다. 기타와 봉고와 트럼펫과 다른 몇 가지 이름을 알 수 없는 악기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고, 힘이 있어야 노래다운 노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가수만은 젊다고 할 수 없는 여가수였다. 70-80을 위한 팝송을 주로 불렀고, 밴드와 노래에 흥이 겨운 길거리 댄서들이 더욱더 흥을 북돋았다. 마지막 노래를 신중현의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었다. 듣기 좋고 흥겨운 노래지만 부르기에 쉽지 않은 곡인데, 여가수에게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 노래처럼 보였다. 그래, 너가 있고 내가 있어 아름다운 이 강산이다. 너가 누리고 내가 누리는 이 기쁨을 너희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아름다운 이 강산이다.

예상하지 않았고 분주함으로부터 잠깐 벗어나 있었던 여행, 돌아갈 곳이 있어 아쉬움과 미련없이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될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