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시는 분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모조리 알고 있고, 안개처럼 일었다가 사라지는 감정까지 알고 있고, 내가 말하고 행동하고 내가 살아왔던 삶에 대해 모조리 있는 그대로 알고 있다면.... 좋을까, 좋다면 어떤 면에서 좋을까? 나쁠가, 나쁘다면 어떤 면에서 나쁠까?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전에 먼저, 나를 그렇게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때문에 그렇게 나를 잘 알고 있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평가하고 벌하고 심판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될 것입니다. 감시당하고 있는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을 테고, 자기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도와주려는 사람이고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주고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라면, 정말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갖고 계십니다. 심판자로서의 하느님. 그분이 계셔 우리는 우리의 말과 행동과 마음씀에 대해 조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하느님이십니다.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그분이 계셔 우리는 자신의 어둠과 죄스러움과 인간적인 약함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하느님을 그대로 보여주신 예수님이십니다. 그리고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는 자비가 심판보다 앞서셨던 분이십니다. 이것을 로마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불법을 용서받고, 죄가 덮어진 사람들! 행복하여라, 주님께서 죄를 헤아리지 않으시는 사람!"(로마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