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을 베풀어라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루카 11,41) 이 말씀 바로 앞에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너희 속에 있는 탐욕과 사악으로 자선을 베풀어라라는 말씀처럼 들린다. 그런 말씀이었을까. 모르겠다. 그렇지만 탐욕은 항상 구체적인 물질과 관계되며, 사악은 구체적은 행동과 연관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너희들이 갖고 있는 물질과 너희들이 무엇인가 행할 수 있는 힘으로 자선을 베풀어라라고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해석이 아니라면, 우리 마음속에 있는 탐욕과 사악을 덜어내고 자선을 베풀 수 있는 마음으로 만들어라는 말씀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온전해진 다음에 자선을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지금의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자선을 베풀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더 큰 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너희 속에 탐욕과 사악이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선을 베풀도록 하라라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내가 가장 최근에 베풀었던 자선 행위가 어떤 것이었는지 살펴본다. 부끄럽지만, 그런 자선행위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동전을 준 일도 없고, 집에 불쑥 찾아온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그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본 적도 없다. 사람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하고, 그들의 필요에 온전히 응답하는 삶, 이런 것에 좀 더 많이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과 인상을 중심으로 호불호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친절히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먼저 친절하게 대해야 할 위치에 있고 그런 장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