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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의 글쓰기

leibi 2021. 9. 25. 22:46

토마스 머튼은 열여섯 살 되던 해인 1931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런 시절부터 그는 삶에 대해 무언가를 쓸 수 있다면 삶이 대단히 풍요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글을 쓰면서 그는 삶의 무한한 창조력을 얻었고 삶을 축복하는 법을 터득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글쓰기는 그에게 제2의 천성이 되었다. 사진기로 사물을 찍듯 그는 삶의 모든 것을 글로 엮고자 했다. 글쓰기는 그가 삶을 음미하고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머튼은 문자화된 언어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장소를 발견했다. 무한한 상상력의 소유자인 머튼은 삶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책을 쓰고 싶었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세상이 수많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여정에 놓인 길을 탐험하며 진수만을 맛보고자 했다.

 

일기를 쓰는 것은 시인인 머튼에게 마음의 일이며 학자로서 내면의 일을 하는 것이고 수도자로서 영혼의 일을 하는 것이었다. 머튼이 일기를 쓴 것은 영적훈련을 위한 것이었다. 머튼은 일기를 쓰면서 삶의 체험이 순간순간의 현현으로 드러나도록 노력했다. 글쓰기는 머튼을 하느님과 연결시켜 주는 또 하나의 다리였다. 그는 하느님에 대한 열망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자신 안에 하느님을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었다. 수도자가 되어가는 글을 씀으로서 머튼은 진정한 수도자가 되었다. 침묵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는 더 깊이 침묵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완전히 자신을 열어둠으로써 세상에서 숨는 법을 터득했다. 하느님 자비에 대해 쓰는 것은 하느님 자비안에 안기는 것이었다. 그는 1952년 11월 29일자 일기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질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일에도 만족한다." 그리고 1958년 9월 27일에 이렇게 썼다. "글쓰기는 사유이고 삶이고 기도다." 머튼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냈다. 
(<토마스 머튼의 시간>, 토마스 머튼.패트릭 하트와 조나단 몬탈도/류해욱, 바오로딸, 2010, 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