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망가진 사람들

leibi 2021. 9. 16. 22:22

교통사고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차를 가끔 봅니다. 그 안에 있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머리를 흔듭니다. 자동차가 장갑차가 아니라는 것은 접촉사고를 겪고 나면 금방 알게 됩니다. 그다지 심하게 부딪치지 않은 것 같은데, 예상 외로 크게 망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강철과 강화 플라스틱과 다른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진 자동차가 그리 쉽게 망가지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렇게 약한 몸체의 자동차를 수없이 타고 큰 사고없이 돌아다녔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사람도 자동차처럼 망가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동차보다 더 쉽게 망가집니다. 자동차처럼 강철판으로 덮혀 있는 것도 아니고, 맹수처럼 사나운 발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외적인 것만 본다면 사람처럼 약한 존재도 없습니다. 외적으로는 평범한 사람인데, 내적으로는 아주 심하게 망가진 사람을 가끔 만납니다. 그런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외적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돌봄이 필요하듯, 내적인 상처에 대해서도 그러합니다. 어쩌면 보이지 않은 내면의 상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더 어려울 것입니다. 마음을 다친 사람들은 마음이 닫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것입니다. 닫혀있는 마음이 열리고 그곳으로 생명의 숨결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상처받은 사람과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에게 한없는 인내와 너그러움이 요구됩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상처받은 사람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생명력과 치유의 힘이 드러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신앙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하느님의 영이 활동하시도록 한다는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모두 거룩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일하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놓고 열어놓는 것 또한 거룩한 일입니다.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운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몸과 마음을 다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줄이고 약하게 하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에 대한 섬세한 배려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삶이 망가진 사람들과 마음까지 망가진 사람들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을 살려내는 거룩한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