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편지작업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당신과 가까워지려면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더구나 주님을 따랐던 당신의 생각과 마음과 일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첫 아이를 어떻게 낳았고 어떻게 길렀는지 잘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직무를 맡긴 맡았는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안에 들은 것이 적었고, 경험이 적었고, 덜 일은 열정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에 대해 적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이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알고 있어야 했고 그것에 대해서 가르쳐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제서야 당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쓰신 편지를 통해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당신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었던 꿈과 기쁨과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젊고 힘이 많았을 때, 당신에 대해 가르쳐야 할 사람이 있었을 때, 편지작업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때는 아직 때가 아니었던가 봅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의 가르침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그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었습니다. 2년 반이 지났고 3년이 다 되어 갑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아는 것이 많아졌고, 당신과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답답하고 짜증나고 고통스러운 때도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에 십자가에 못박히셨던 분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시겠죠. 그렇습니다. 머리와 이론과 가르침과 말이 아니라 살아있는 삶을 통해서 기억하는 것입니다. 작업하면서 역사적인 사실을 꿰맞추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는 기쁨도 큽니다. 편지와 편지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나름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카르투시안으로 생활하다 그곳에서 나와 은수자로 살았던 스테파노 수사님을 봉헌자로 받아들여 당신의 수도자들을 교육하고 양성하게 했던 당신의 유연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그들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게 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개인을 위해서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봉헌하게 했던 것입니다. 당신이 위대한 성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13개의 수도원을 설립, 인간의 힘만으로 힘든 일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당신의 사명감으로 그런 일을 하셨던 것입니다.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투정이며 당신께 의탁하고 당신의 전구를 청한다는 말입니다. 당신께서 하고자 하셨던 일들, 이곳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느님께 전구해 주소서. 당신의 맘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꽃을 피울 수 있게 성모님께 청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