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영성/똘레제

분향같게 하옵소서

leibi 2021. 8. 31. 16:48

이것은 향기의 제헌이다. 바로 성경에 이것은 성도가 올리는 기도라고 하였다. 향의 연기는 기도의 표상이다. 특히 아무런 목적도 두지 않는 기도, 시편 한편이 끝날 때마다 이어지는 영광송처럼 그저 아무 소원돔 없이 하느님께 올라가는 기도, 오직 '그토록 훌륭하시기에' 하느님께 숭배와 감사를 올리는 그런 기도의 상징이다. (<거룩한 표징>, 로마노 과르디니/장익, 분도출판사, 2000, 59)

 

지향을 가진 기도, 청원의 기도를 해야 합니다. 육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서 이 세상에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주시'라고 청하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면 됩니다. 그러나 아무런 지향도 없고 아무런 목적도 없는 기도, 청할 것을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는 '그저그런 기도', '무색무취한 기도', '의미없는 기도'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되돌아가는 덧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들판의 온갖 꽃들보다 더 곱게 입히시리라는 것을 알고 믿는 하느님의 자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우리 인간의 오감을 통해서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향(연)'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톨릭 성가의 시편으로 된 이런 가사를 기억하면 좋습니다.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같게 하옵시고 쳐든 손 저녁 제사 같게 하옵소서."(510번) 아무런 목적과 지향을 갖지 않고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향의 연기에, 우리 자신과 삶을 실어보내는 그런 기도가 그리운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