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걷기. 난 언제 첫번 째 걸음을 떼었을까? 그 첫 걸음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첫 걸음을 떼기 위한 아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첫 걸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기를 키워본 적이 없어, 맞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누웠다가 엎어지고 엎어져 있다가 눕는 뒤집기부터 시작했을 것입니다. 버둥거리는 것처럼 보이고 아주 단순한 이 동작을 하기 위한 아기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어른들은 알고 있습니다. 곧 이어 기어다닐테고, 몇 일 몇 달의 진화를 거쳐, 지구의 중력을 이겨가며 간신히 일어섭니다. 자신의 첫 번째 일어섬에 대한 기억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 순간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더욱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 생각과 상상으로만 가능한 영역입니다. 첫 번째 일어섬에 대해 아기가 어떤 것을 느낀다면, 놀람과 환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일어섬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이라고 하는 진화는 계속됩니다. 서있음에서 어느 순간 한 발자욱을 떼게 됩니다. 두 발로 간신히 서 있기도 힘들고 어려운데, 한 발을 땅에서 뗀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는 용기와 모험심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아직 방향에 대한 감각은 없었을 것이고, 땅에서 한 발을 떼어 다른 곳에 놓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기어다니기가 전부였던 아이에게 걸음을 떼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겠지요. 이 빠른 이동속도 때문에 현깃증이 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기는 대단한 일을 해낸 것입니다. 이것을 보고 엄마와 아빠가 손뼉을 치고 환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사람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얼굴 모습처럼 걷는 모습도 다양합니다. 아장아장 걷는 아가를 보고 미소짓지 않을 사람 거의 없습니다. 천천히 걷는 노인들의 걸음에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 시간을 봅니다. 통통튀는 공처럼 걷는 아이들의 걸음을 경쾌합니다. 힘과 당당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젊은이들의 걸음걸이. 데모하는 사람들을 제압하기 위해 열을 지어 땅을 울리며 다가오는 군인들의 걸음. 사고로 다친 사람이 다시 걷기 위해 땀을 흘리며 하는 재활운동. 실패와 낙담과 실망과 절망으로 힘없이 걷고 질질끄며 걷는 걸음에서 삶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헤아리게 됩니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형태의 발걸음과 더불어 지금까지 걸어왔습니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걸음을 떼었겠지만, 아직도 그 걸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올바른 방향을 잡고 걸음을 떼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어딘가를 향해서 걷습니다. 걷는다는 것. 아주 많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두 손을 해방시켰고, 한 곳에 붙박이처럼 있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걷는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