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56-마음의 문을 닫고
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욕망의 구멍을 막고 마음의 문을 닫고, 그 날카로움을 꺾고 엉킴을 풀며, 번쩍이는 빛을 누그러뜨리고 세속과 하나 되니, 이를 일러 현묘하게 같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노자 <도덕경> 56장)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다. 가슴속에 있는 말을 쏟아 내야만 시원할 때가 있다. 말을 못한다면 정신이 어떻게 될 때가 있다. 오해를 받거나, 모함을 당하거나, 자기 뜻이 꺾였거나, 무시당했거나, 따돌림 당했을 때 등이다. 이런 때는 격하게 말하고 싶고, 따지고 싶고, 외치고 싶고, 아무나 붙잡고 말하고 싶고, 했던 말을 또하고 했던 말을 또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주 강렬한 내적인 욕구고 '욕망'이다. 이런 욕망에 휘둘리지 말라고 한다.
욕망을 구멍을 막고 마음의 문을 닫고 있을 때 무엇이 일어나게 될 것인가?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인가? 날카로움이 꺾인다고 말한다. 상대방에게 꽂히면 상대방이 즉시 죽거나 깊게 상처받을 수 있는 날카로운 말이 꺾이며, 독이 묻어있는 날카로운 혀가 부드럽게 된다고 한다. 한여름 산의 칡덩굴처럼 엃히고설킨 것들이 연실 풀리듯 풀린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빛처럼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을 때 무슨 말을 하라는 말이다. 그때 하는 말이 사람이 자기가 누구인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하는 참된 말이라는 말이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 6,6) 도덕경에서 말하는 것과 아주 유사한 말씀이다. 답답할 때, 자기에 대해서 강변하고 싶을 때, 보복하고 싶을 때, 문을 닫으라고 말씀하신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 말씀드린다는 것은 자기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격렬한 감정과 정신의 혼란스러움과 몸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열어놓는다는 말이다. 이런 내적인 일이 일어나는 지루하고 답답한 길고 긴 시간이 지난 다음, 아버지의 음성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