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리/책 요약

내가 있다는 놀라움

leibi 2021. 8. 4. 22:38

우선 의자에 편히 눕고 눈을 감아보렴. 네 몸의 모든 기관에 집중을 하는 거야. 네 발, 손, 손가락... 그리고 네 눈, 귀, 코까지. 어때 느껴지니? 세상은 바로 이렇게 시작된단다. 우리 각자에게 모두 그렇지. 바로 네가 느기는 것, 볼 수 있다로 해주는 것,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네 안의 세상뿐만 아니라 바깥 세상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거기서 시작되는 거야. 너는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란다. 그러니 너의 몸과 영혼을 통해 세상을 탐험해 보는 거야.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위베르 리브/강미란, 열림원, 2011, 12) 

 

이 세상에 속해있다는 것. 충분히 놀랄만한 일, 경이로운 일입니다. 꽃을 볼 수 있고, 달과 별과 태양을 볼 수 있습니다.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웃은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과거에 대해서 알 수 있고, 내가 있지도 않을 먼 미래에 대해서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지구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고, 이렇게 나를 감싸고 있는 지구가 생기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지구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주에서는 지구가 한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것에 의해 주어진 생명이지만, 그 생명으로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 알고 그 생명체에 찬양드릴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속해 있는 내가 얼마나 위대한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속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고통속에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고통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고통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기가 당하고 있는 고통에 대해 겁이나고 두렵습니다. 고통에 대한 면역 체계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지, 고통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언제가 새롭게 다가오는 고통이 두려울 뿐입니다. 세상에 속해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민감하다는 말입니다. 그의 고통이 나의 고통으로 된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서 그리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통이 전염되는 것일까요.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전염되는 아주 특이한 질병입니다. 세상에속해 있기 때문에 고통으로부터 비켜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에 속해 있다는 것은 스러지는 흙으로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영원을 갈망하지만 기껏해야 백년을 살 수 있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 속해 있기 때문에 죽음은 필연적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구도 몇 십 억년이 지나면 소멸됩니다. 지구가 사라지는 것을 보지 못하겠지만, 명명백백한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 들어오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 좋은 일입니다. 적어도 이 세상에 속해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경이로움은 가져야 마땅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