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한다
몇 일 전 속초 문우당에 들렀습니다. 글방에서 읽을 책을 찾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골 작은 도시에 있는 아름다운 서점입니다. 그런 서점이 있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고, 뭔가 있는 곳에 살고 있구나라고 여겨져 마음이 부풀려 집니다. 책과 책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행복하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습니다”라는 띠지에 인쇄된 글을 보았습니다. 순간이지만, 행복했구나, 라고 느낀 적이 있었던가 자문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행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행복의 충분조건을 채우려 지냈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충분히 먹고 입을 수 있을 때, 충분한 돈과 사회적인 위치가 있을 때, 자기가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충분한 건강상태에 있을 때, 마음속에 있는 지적인 허기짐이 충분히 채워질 때, 충분히, 충분히.... 어찌 사람에게 모든 것이 충분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행복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요.
‘행복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다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먹고 마시고 입고, 운동하고 쉬고,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그런대로 걸어다닐 수 있고 깊게 잠잘 수 있고, 세계 곳곳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곳곳에 찾아갈 수 있고... 행복에 필요한 것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행복해지기로 한 한 번의 결심’으로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이 모두 바뀌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살려는 태도와 삶의 방향 설정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