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 singularity
특이점은 말 그대로 특이한 지점, 고만고만한 다른 곳들과 확연히 다른 장소이다. 상식 수준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특이점의 예로 선분의 양 끝점을 들 수 있다. 끝은 특이하다. 더 나아갈 수 없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서 있다면 맨 앞사람과 맨 뒷사람을 특이점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앞뒤로 이웃이 있는데, 맨 앞 사람은 앞이, 맨 뒷사람은 뒤가 허전하기 때문이다. 끝은 외롭다. 사람이 사는 동안 맞이하는 수많은 날들 가운데 마지막 날도 또 하나의 특이점이다. 다른 날들은 다 내일이 있는데 그 날을 내일이 없다... 호킹은 루게릭 병 환자로서는 정말 이례적으로 발병 진단 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서 그때를 담담하게 회고한다. 오늘을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로 살아가겠다는의지가 기적을 부른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호킹은 물리학과 삶 양쪽에서 동일한 의지를 관철해온 셈이다. 그것은 바로 특이점을 특이하지 않은 장소로 삼겠다는 의지다. 특이점은 한 이론의 한계이자 한 인생의 끝이다. 그런 특이점을 특이하지 않은 장소로 삼겠다는 것은 기존이론을 능가하는 새 이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 170)
☞ 탄생은 어제가 없는 특이점 시작이며, 죽음은 내일이 없는 특이점 종말이다. 우리는 삶의 시작되는 순간부터 마치는 그 순간까지 특이점들을 평범한 일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평범하기 때문에 진부한 것으로 될 수도 있고, 매 순간 순간이 시작이며 마침이라는 긴장된 마음으로 살 수도 있다. 후자와 같은 삶의 태도를 우리는 종말론적 삶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시간이 흘러 도달하는 시간(크로노스)으로 생각하며 믹믹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을 특이점(카이로스)로 생각하는 삶의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