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0. 12. 11. 23:04

초여름에 가정방문이 있었다. 엄마는 내 기류계를 가짜로 옮겨 원하는 학교에 집어넣었으면 그만이지, 그걸 가정방문 때까지 밀고 나가려고 했다. 아마 중간에라도 탄로가 나면 쫒겨날지도 모른다는 촌사람다운 고지식한 우려 때문에 그런 거겠지만, 나는 엄마의 그런 이중성에 맞장구치기가 지겨웠다. 그만하면 싶었다. 엄마는 학교 생활에 대해 뭘 모르면서 그날 하루만 때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직동 방면을 도는 날은 미리 정해졌기 때문에 엄마는 그날만 그집 안주인 노릇을 하기로 친척 집의 양해를 구했다. 정직의 완벽주의가 거짓말까지도 완벽하게 하려는게 문제였다. (, 박완서, 웅진닷컴, 2002, 78)

*** 거짓말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거나 숨기기 위해 하는 말이다. 그런 말과 행위를 해야 할 때는 그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에 거짓은 유혹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 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또 다른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생활속에서 가끔 체험한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자기 혼란과 분열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거짓말이 자기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적으로 자기분열이 일어난 결과이다. 이런 거짓말과 거짓말을 기반으로 한 거짓된 삶으로부터 부터 빠져 나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자기 삶을 부정된다는 두려움은 기본이고, 거짓을 기반으로 형성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드러나 배신자로 찍히기 싶상이며, 자기중심적인 삶과 이기적인 삶과 다른 사람에게 정직하지 않았던 것이 폭로되는 수치심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