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어둠속에서

leibi 2020. 10. 15. 21:40

칠흑 같은 어둠입니다. 온통 어둠 뿐입니다. 나는 없어지고 어둠만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도 어둠 안에서 하나로 됩니다. 빛을 찾기 위해 동공을 최대한 크게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허우적 거리는 손짓도 비틀거리는 발걸음도 보이지 않습니다. 방향 감각이 없습니다. 어둠속에서 멈추어 서지 않으면 목석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어둠속에서 검은 형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인지 나무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기다리고 시간이 흐릅니다. 희미한 형체가 구체적인 자신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내가 보이고 너가 보이고 나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소리도 들립니다. 발걸음을 조심하면서 더듬거리며 길을 가기 시작합니다. 어둡지만 낮과 크게 다르지 않아 평탄한 길을 걷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