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수 늘리기
인지혁명의 핵심은 언어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생각이나 감정이 먼저고 언어는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수단이 아닙니다.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전제조건이기도 합합니다. 언어가 없으면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스로 인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데도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알아야 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을 늘리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의 양이 생각의 폭과 감정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자기 자신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와 생명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좌우합니다.... 생각이 얕고 감정이 메말라서 할 말도 적고 표현하는 능력도 없는 사람을 두고 '말이 적고 진중하다'고 합니다. 저는 이것이 '반지성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어휘 부족과 문장의 단조로움은 지적 수준이 낮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어휘를 늘리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독서입니다. (<공감필법>, 유시민, 창비, 2016, 80-83)
☞ 외국어를 공부할 가장 애를 먹는 것이 단어찾기입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다양한 의미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찾은 단어의 뜻을 외우려고 노력하지만, 몇 페이지 뒤에서 똑같은 단어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될 때의 낭패감이라니.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이치임을 알고 있지만, 괴로운 시간입니다.
우리나라 말을 할 때에 다양하고 적합한 낱말을 사용해 보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그만 두는 때가 많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단어라도 쓰지 않으면 잊힙니다. 일상생활을 할 때 잊고 있었던 단어가 불쑥 튀어나와 사용될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수없는 반복 사용을 통해서 자기의 말로 됩니다. 이런 면에서 언어를 공부하려는 사람이나 언어를 가지고 작업하는 사람에게는 암기가 필수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요즘 나의 상황은 생각하고 나서 글을 쓰기 보다는 글을 끄적거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쓰기 시작하면서 쓰고자 했던 방향으로 글이 써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가뭄으로 먼지가 퍼석거리는 마르고 메마른 땅 위에 물을 부었을 때, 물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낱말이나 문장들이 어떻게 조합을 이루어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 대해 잘 모릅니다. 신기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