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0. 9. 2. 22:54

* 1.2권을 다른 책과 참으로 다른 색깔이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3권에 들어서 짧은 안목에 시조의 흐름이 가슴으로 스미기보다는 글자를 잡고 뒹구는 형상인 나를 보며 애통해하던 중 뭔가 눈에 띄는.... 글줄에 아니 적으면 아까울세라 적어 넣는다.


55 -
담 밖의 남자 - 불을 부느라 붉은 입술 오물오물 /
담 안의 남자 - 불을 부느라 시커먼 입술 벌렁벌렁 [이렇게 다르다니...! 예나 지금이나 하고 웃어본다. ] 송나라 왕벽지의 '민수연담록' 에...



[책을 대할 때마다 작가가 옆에 없어도 옆에 있는 듯! 고서에서는 년대를 거슬러 작가와 마주 앉은 듯 다정하게 소통하며 책장을 넘길 때 나는 둥둥 떠 시대를 거스르며 날아다니는 느낌을 소중히 여겼고 또 다음 책을 받아 들 면 설렘이 있었다.]

 


160-"천고의 옛사람을 벗으로 삼는다" 하니 ...! 천고의 옛사람은 이미 휘날리는 먼지와 찬바람으로 변해버렸으니....! 누가 자운이 되어 주겠는가? [책갈피 속의 한 획이 모두에게 자운이 되어 주는 게 아닌가....! 어떤 사연도 글자로 남기지 못한다면 자운도 없고 주선도 없으리니 살고 갔다 할 것도 없으리다.]



161-‘회성원집’을 읽고 나서... 봉규의 시는 매우 성대하다. 물이 깊고 쓸쓸한 바람 소리와 같은 시 세계는 동정호의 낙엽 지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고. 밝고 빼어나며 우뚝 솟은 시 세계는 마치 여산의 한 봉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다. 아하! 언어는 비록 다르더라도 문자는 똑같으니 시에서 기뻐하고 웃고 슬퍼하고 우는 내용은 통역하지 않아도 통한다. 감정은 밖에서 빌려 오는 것이 아니고 소리는 충심에서 말미암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도 그 옛날의 기록에 정신세계가 합일하여 오늘도 감동과 애정으로 만나지는 것이라 생각 든다.]



[우리가 성지에서나 상본 한 장을 드려다 보며 가슴이 울렁거림은 세례를 통해 마음에 가득한 믿음이 깔려 있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그 시절 연암은 그것도 아닐진대 어찌...! ]



343 - “그림 속의 인물을 보려고 하자, 번개처럼 번쩍번쩍하면서 광채가 눈을 아득하게 만들고,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 같고, 귀로 들어 보려고 하자, 굽어보고 올려보며 돌아보며 흘겨보며 흡사 소리가 없는 것에서 듣는 것 같았다. 그가 두려워서 처음에 멈칫거리다가 물러나 피하려고 하였다. 그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것 같기에 이에 숨을 죽이고 용모를 단정히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갔다. 오색의 구름 속에 붉은 옷을 입고 반듯하게 서있는 사람, 이것이 이른바 야소(예수)의 모습인가? [그날 그 면전에서 연암에게 분명 주님의 거룩함이 전달되었고, 순간 은총의 너울이 드리워진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시절 다산 정약용과의 친분이 기록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353-나는 바란다, 천하의 사람들에게 , 황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뻐할 일이 아니요, 없다고 해서 반드시 슬퍼할 일도 아니다. "이유도 없이 자기 앞에 황금이 굴러들면 천둥이 치는 것처럼 놀라고 귀신을 만나듯 무서워하며, 수풀에서 뱀을 만나 머리칼이 쭈뼛 서도록 소스라쳐 물러나듯이 해야 할 것이다." [ 죄의 길에 황금은 꼭 있으니 교훈의 말을 남기셨다.]


407-오감은 다 피곤한 상태에서, 베껴 적으려다 보니 문방사우가 모두 모지라졌다. 항상 꿈속에서 무슨 예언서를 읽는 거 같고, 눈에는 신기루가 어른거려서 뒤죽박죽 섞이고 희미해져서 이름과 실제의 사적이 헷갈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귀국한 뒤 기록했던 작은 쪽지를 점검해 보니 종이는 나비 날개처럼 얇고 자그마하며, 글자는 파리 대가리처럼 작고 까맣다....... 엉성하기 짝이 없으나 편집을 해서 ‘양엽소기’ 라고 하였다. 양엽이란 감나무 잎에다 글을 적어 항아리 안에 넣었다가 훗날 모아서 기록으로 정리했다는 것이다.
[눈에 선하게 보인다. 종이쪽지를 모아 후손에게 남기려 애쓴 모습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



409 - “아아, 슬프다. 충신과 의사들이란 나라가 기울고 엎어지며 패망, 한다고 해서 그 정성스럽게 ‘충군애국’ 하는 마음을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진실로 천하 사람들과 국가를 위하는 근본은 오직 뜻이 정성스럽고 마음이 바른 데 달려 있을 것이다. 하루라도 군신 관계가 없다면 그만이겠지만, 하루라도 군신 관계가 있다면 뜻이 정성스럽고 마음이 바름은 그 하루에도 힘써야 할 급선무이다.“

 

[강물 따라 산을 넘고 문화유산을 보며 그동안 몰랐던 옛 중국의 풍경과 역사를 가물가물 하게나마 본 듯하였는데 보기 드문 홍수로 들판이 온통 호수로 강물로 변한 지형에 연암의 발길도 묻혀지는 듯하다.]

 

* 단지 세명이라 그동안 가볍게 대면의 나눔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비 대면으로 주고받은 글 올렸습니다. 태풍이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한 밤입니다. 글방 모두에게 평안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