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요 저녁
금요저녁반 - 열하일기 3권을 마치다.
순제묘의 천비낭낭 선녀를 천주당의 천장의 붉은 옷을 입은 여자를 떠오리고 천주당의 풍금과 천주에 대한 개념, 서양화에 대한 관심, 마테오리치(예수회)라는 선교사의 무덤의 천주교 관련 부분도 매우 흥미로왔다. 이마두성인은 중국에서도 공자, 맹자식으로 자를 붙여 이자라고 칭송받았다. 이번 여름에 들었던 중국철학사에서도 이처럼 서양인의 시선이나 관점에서 이마두 성인처럼 중국을 잘 이해하는 분은 현재까지도 없을 정도로 중국 내에서도 숭상되었으며 무덤까지 있을 정도이며, 더 나아가 조선의 천주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하지만 이후 현지화 선교의 관점이(도미니코회) 바뀌게 되면서 동양과 서양의 관점 차이로 인한 천주교 박해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이마두성인을 다시 한번 생각 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연암은 언급을 하고 있다.
P112- 제말이라는 사람은 본시 시골의 촌사람으로 생전에 문자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비록 빼어난 공적이 있긴 하나 스스로 기록을 남길 수도 없었다. 그래서 죽은 혼백이 엉켜서 흩어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다가 이처럼 귀신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암은 글과 말을 모르는 사람의 오류와 답답함을 여러번 언급했는데 현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이 꼭 필요함을 새삼 느끼며 코로나로 인해 날마다 발표시에 수어하시는 분을 보면서도 그 언어도 익히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P175- 타고난 마음 보존하기를 언제나 우렛소리 듣는 날처럼 하고 어떤 경우의 처신에도 항상 죽을 때를 생각한다. (存心總似聞雷日 處境常思斷氣時) - 철교의 몸가짐 (한시 부분에서는 읽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라도 기억하면 좋을 듯 싶어 한 부분을 써놓고 외워 보려고 한다.)
P213- 비공식 문건은 모두 우리 언문으로 써서 보내고, 승정원에 도착한 뒤에 다시 한문으로 번역하여 임금께 아뢰는 방식이 묘책일 것이다. (사신의 불성실을 언급하며 외교적 불화가 생기지 않도록 기밀유지와 허위사실 유포를 경계하고 각별히 신중해야 함을 언급했으니 지금의 외교에도 적용되는 내용으로 공감한다.).
P401
낙방한 시험지에도 품평의 글을 남기고 떨어진 이유를 알려주어서 과거응시생이 조금도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도록 했다. 연암은 벼슬시험을 보지 않는다.
P477
삼학사은 응당 청나라 태종실록에 실려 있어야 마땅하거늘 아무런 기록이 없으니 무슨 까닭인가? 유독 우리나라의 어진 분들에 대해서는 개략적으로라도 기재하지 않은 까닭은 그일이 외국에 관햐한 것이어서 미처 거행하지 못하고 있음인가?'청음' 두 글자를 들으니 맥박이 번떡벌떡, 남모르게 목구멍에 말이 맴돌면서도 입밖으로 발설하지 못하는 가슴이 꽉 막혀 한숨이 자주 나온다. 아 어찌하란 말인가 어찌하란말인가? 중국을 기행하면서 연암 박지원은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발해 해동성국을 자기 역사에 편입시켜 중국에 유리한 부분만을 소개하려고 한국의 역사가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있는 자만이 역사를 갖는다는 것이다는 것을 재삼느꼈다.
허준 동의보감 축제가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단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1999년부터 해오고 있으며 허준 근린공원, 허준 박물관, 허준 테마 거리를 조성해 ‘구상 허준’을 기념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에서 동의보감의 위치를 설명하고 동의보감을 사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나는 중국에서의 동의보감이 아니라 한국에서의 동의보감의 위치가 알고 싶어졌다.
『동의보감』의 주요 특징은 세 가지이다. 첫째, 병났을 때의 치료보다 병을 예방하거나 건강을 추구하는 양생의 정신을 강조하였다. 이 책은 중국에서 별개의 전통으로 내려오던 의학과 양생의 전통을 하나로 합쳐냈다. 병의 치료와 예방, 건강도모를 같은 수준에서 헤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둘째, 기존 중국과 조선의학의 핵심을 잘 정리하였다. 허준은 중국의 한나라에서 명나라에 이르는 200여 종의 문헌과 『의방유취』·『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의림촬요(醫林撮要)』와 같은 수 종(種)의 조선의서를 참고한 내용을 자신의 학식과 경륜에 결합하여 『동의보감』 안에 녹여내었고, 의학의 경전인 『영추(靈樞)』와 『소문(素問)』의 정신에 따라 의학의 줄기와 가지를 잡고, 다양한 학설과 처방을 병의 증상·진단·예후·예방법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였다.
셋째, 뛰어난 편집 방식이다. 목차 2권은 오늘날 백과사전의 색인 구실을 할 정도로 상세하며, 본문의 관련 내용끼리는 상호 참조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참고한 자료의 인용처를 일일이 밝힘으로써 원(原) 저작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인용 대목이 갈리는 곳은 ‘O’를 쳐서 구별하고, 제목과 본문 내용을 큰 활자와 작은 활자를 써서 쉽게 구별하도록 하였다.
이런 특징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 출간 직후부터 『동의보감』은 조선을 대표하는 의서로 자리 잡았으며, 18세기 이후 『동의보감』은 국제적인 책이 되었다. 『동의보감』은 국내 및 국제적인 기여를 인정받아 2009년 7월 제9차 유네스코 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바베이도스)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허난설헌이 타계한 후 그의 시나 글은 중국에서 더 유명해졌다. 27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허난설헌은 현모양처로서의 부덕을 갖추었다거나 성공한 자식을 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창작한 시의 탁월함 때문이며, 그녀의 시는 여성에게 가장 혹독했던 시기에 주옥같은 시를 남겼고, 중국과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녀의 천재성은 오늘날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 생활은 하루에 코로나 확진자 문자안내 20개 이상을 수시로 받고 살아가며, 잠 못 이루고 불안해 한다. 혼란스럽다, 거짓종교의 지도자는 막말을 하며, 기후는 폭염과 폭우가 예상할 수 없이 수시로 변화한다. 조은산의 시무7조를 읽으며 오늘은 어찌 할꼬? 자연은 신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내기를 바라시는 걸까? 내면적으로 겸손하고, 침묵하고, 비우라고, 자연을 사랑하고 신에게 맡기라고 질책하시는 듯하다. 열하일기를 마치면서 마음속에 답답함을 요동벌판에 서서 크게 소리 지르고 목 놓아 울고, 마음과 몸을 풀어 온힘으로 춤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