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비가 옵니다. 보름이 가까운데도 어둠이 짙습니다. 빗소리가 들리고 뭉툭하지만 아주 맑은 낙숫물 소리가 들립니다. 책읽기에 아주 좋은 시간입니다. 재미있는 책은 이해가 잘 됩니다. 이해가 잘 되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문장을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더듬거리며 표현한 것을 신선한 방식으로 표현한 글을 보면 부럽습니다. 글쟁이가 되고자 해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매일 한 줄이라고 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단순하고 평범한 일들이 삶에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완성된 글만을 써야 하는지, 완성도가 거의 없는 글로라도 계속 써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다고 하죠. 활동은 세계 속에 자기를 계시하며 새로운 것을 탄생시킴으로써 세계를 짓는 행위라고. 그리고 이 행위는 말을 통해 의미를 갖게 되고요. 먼저 '계시'라는 말입니다. 자기를 드러내 보인다는 말로서, 그리스도교에서 아주 중요한 낱말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은 계시하셨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하느님께서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게 자신이 누구신지 알려주셨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타인에게 알려줄 때, 하느님의 계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의 일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 또한 계시 활동입니다.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세상을 만드신 것처럼 사람들도 자신의 활동을 통해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자기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큰 기쁨입니다. 하느님 당신이 창조하신 것에 인간이 관심을 갖고 창조된 것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하는 인간을 바라보며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