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의 책읽기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아이와 이야기하는 어른이 무릎을 꿇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아래에 있는 땅이 물을 받아들이고, 어른이 아이를 받아들입니다. 수평이고 동등한 상태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받아들임이 아니라 상호 교환입니다. 상호 교환을 통해 몸집이 불어날 수는 있겠지만, 정신의 고양과 인격의 성숙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저자보다 낮은 자리에서 읽어야 합니다. 저자가 쓴 책이 자신에게 흘러들어오게 하는 내외적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만족과 강화에 그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모든 책을 낮은 자세로 읽어야 하는가라는 것을 별개의 문제입니다. 최소한 어떤 책을 읽으려고 집어 들었을 때는 자신을 낮추고 책으로부터 무엇인가가 흘러들어오게 해야 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런 계속적인 책읽기를 통해서 마음속에 무엇인가 고였을 때, 흘러넘치는 것을 문자화 하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때문에 글 쓰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높은 곳에서 흘러나와 낮은 곳을 향해서 흘러가고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책을 읽을 때와 달리 높은 자리에게 글을 쓰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을 해버리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가르치려 한다는 비아냥을 받게 되겠구요. 이것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쓴 글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쓴 글이 어떤 사람에게 흘러들어 갈지 알 수 없고, 흘러들어 간 자기의 글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리는 것과 더불어 위를 향한 성장이 함께 해야 합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해 자기와 같은 레벨에 있는 사람과 사귀고 교류하며, 정신의 고양을 위해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이려는 낮춤이 함께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