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0. 7. 13. 21:42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함민복 -

 

지금까지 내 말을 듣고 힘을 얻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내가 내민 손을 잡고 넘어졌던 사람이 일어설 수 있었던 일이 있었을까요? 나라는 존재가 있어 이곳이 조금이라도 살아볼 만한 곳으로 되었을까요? 그저 한 몸 먹여살리기 위해 아등바등하면서 살아왔던 시간이었다면 어찌 하겠습니까? 더구나 자기 몸을 움직여 땀을 흘려보지도 않고, 타인의 도움으로만 살아왔다면... 이렇게 지나갔던 시간과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라고 하기보다 사람들의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때문이었다라고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