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0. 7. 9. 22:37

미로가 제시하는 여러가지 선택들은 인생의 여러가지 길을 훌륭하게 요약해 보여준다. 사실 미로가 우리에게 그토록 생생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수많은 미로들을 겹쳐놓은 것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밑바닥에는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수많은 내장들이 있고 꼭대기에는 끝없이 회전하는 대뇌가 있다. 그 두 가지 사이에는 무한하게 뒤얽힌 망을 형성하는 동맥과 정맥이 뻗어 있다. 미로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더욱 인간다운 것이다. (<예찬>, 미셸 투르니에/김화영, 현대문학, 2014, 322)

 

도시의 얽히고 설킨 도로망. 도시 지하를 달리고 있는 얽키고 설킨 지하철. 지하에 묻혀있는 수도관과 오수관. 사무실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전기줄. 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비행기와 땅 위를 연결해 주고 있는 전파. 꼬이고 비틀어진 인간 관계. 혼란스럼이고 복잡함입니다.  머리가 아득할 정도의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잘도 운행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미로를 만들었고 조정하고 있는지. 이런 미로에서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 것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