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영성/똘레제

권력자와 그의 부하

leibi 2020. 6. 27. 22:36

정치지도자는 그들의 마력적인 명성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신비의 몫이 끼여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두머리는 스핑크스 같은 일면을 유지하면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알쏭달쏭한 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솔직한 말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손 안의 패를 공개하고 정정당당하게 행동했다가는 반드시 그 댓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우두머리는 자신의 표정을 관리하고 입 밖에 내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는 상대를 안심시키는 가면을 쓰고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말만 골라 쓸 수 있다. 그 대신 그를 에워싸고 있는 다른 얼굴들이 기탄없이 속을 털어놓고, 심지어 입을 다물고 아무 말 하지 안을 때조차도 그들의 얼굴이 이미 웅변적으로 속을 보여준다. 주위에 데리고 있는 사람들만큼 지도자의 인물 됨됨이를 잘 드러내는 일은 없다... 보스와 모험가 사이의 차이는 바로 모험가의 고독이다. 보스는 그 어느 것도 자기가 손수 하는 법이 없다. 그것은 그가 맡은 역할이 아니다. 그의 역할은 자신의 권위를 위임할 2인자 집단을 찾아내는 것, 혹은 그들이 자연스럽게 주변에 모여들게 하는 일이다. 우두머리가 자기 협력자들의 무능을 불평하는 것은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그가 모든 것을 손수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스스로 모험가임을 자임하는 것이된다.... 두목이 큰 인물일수록 그 주변인물들은 서로 이질적이어서 그들은 두목과도 다르고 그들 서로간에도 더욱 다르다. 반대로 부하들이 서로 분명한 유사점을 가진 경우 그 시험은 당사자에게 무서운 결과로 작용한다. 이런 경우를 두고 사람들은 패거리 혹은 무리라고 부른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동물적 집단의 어감을 분명히 내포하고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지지자 그룹이라는 말이 머리에 떠오른다. 이 경우 단골손님 특유의 부패하는 냄새를 지우기 어렵다... 그대의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말해보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주리라. 권력자들의 인격을 해독하는 이같은 테스트 방식은 신체 내부의 여러 기관을 찍은 엑스선 사진보다도 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예찬>, 미셸 투르니에, 현대문학, 2014, 377-380)

 

☞ 정치인을 이해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그들이 언제나 앞세우고 있는 '~을 위하여'라는 대의명분이 얼마든지  '나 자신을 위하여'라는 말로 변질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주된 이유는 정치가가 사용하는 주된 도구가 말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말로써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물론 말보다 몸싸움이 앞서는 경우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정의와 공정, 선함과 이타적인 삶 등에 의미와 가치를 두고 살려면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