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리/시가 내게로 왔다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
leibi
2020. 6. 22. 22:00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향기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 손택수 -
☞ 천리나 떨어진 곳까지 향을 풍길 수 있는 사람. 천리 밖에서 나는 향도 맛을 수 있는 사람. 그것은 향이 강해서가 아니라 천리 거리가 전혀 문제되지 않은 사랑으로 묶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천리 밖에서도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