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신발속의 돌멩이

leibi 2020. 6. 16. 10:23

산길을 걷다보면 가끔 돌멩이가 신발속으로 들어갑니다. 돌멩이가 크고 작든 간에 걷기에 아주 불편합니다. 오랜기단 걷다보면 발에 물집이 잡히기도 합니다. 발가락이든 발바닥이든 발등이든, 어디에 생겨도 걷는 것을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합니다. 아주 가끔 주머니에 송곳과 같은 날카로운 물건을 갖고 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이것이 옆구리를 찔러댑니다.

 

살다보면 이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한시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보려고 무진애를 쓰기도 합니다. 원망을 하고 비난을 하고, 좌절하고 타협을 하기도 합니다. 이곳으로 가도 나를 따라오고, 저곳으로 피하려고 해도 그림자처러 따라옵니다. 위협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고 애걸하기도 해 보지만 나의 하소연을 듣는지 못 듣는지 막무가내입니다. 그것을 꺼내어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고 그것과 더불어 기도하기도 하고 그것을 하느님께 봉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하릴없이 시간이 흐르고, 그로부터 벗어날 길은 막연하게 여겨지고, 올가미에 걸린 산짐승처럼 신음소리만 낼 뿐입니다. 이것이 자기가 져야 할 십자가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십자가인거야 라고 속으로 되내이며 견뎌낼 뿐입니다.

 

돌멩이를 집어내고, 물집이 아물고, 송곳을 내려놓게 되는 때가 우리가 해방되는 때일까요?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그것과 더불어 있지 않으면 안되는 그 시간에도 해방에 대한 체험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고통이 지나간 뒤에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속에서도 해방된 자로서 사는 것인데,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노력과 힘과 의지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삶의 체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해방을 향해나가는 그 도움이 자기 내면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자기 아닌 어떤 것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고백하는 데에서 신앙이 시작됩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이것을 인격화된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