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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자생식물원

leibi 2020. 6. 6. 22:40

오전에 강의실에서 이론 수업을 했습니다. 수업 후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서 곤드레밥을 먹었습니다. 몇 번 온 곳이고 앞으로 자주 와야 할 식당입니다.  식당에서는 80-90년대 노래를 틀어주고 있었습니다. 세 차례 식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그랬습니다. 오후 야외 수업이 2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동거리를 감안하더라도 조금 여유가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오후에 배가 고파 힘들었기 때문에 많이 먹었습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속초로 갔습니다.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한 달 전엔가 조카들과 함께 속초가면서 처음으로 이용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아니어서 한산했습니다. 시원하게 뚤린 도로를 신나게 달렸습니다. 오른쪽으로 자주 지나쳤던 마을과 바다가 아주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로 앞에 울산바위가 있었고 웅장한 설악산 줄기가 보일 때, 고속도로를 빠져나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멋진 드라이브였습니다. 이곳 동해안에 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혜였습니다.

 

어성전 국민숲에서 현장수업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그곳 사정으로 설악산 자생식물원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설악산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식물을 중심으로 조성된 곳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이 두 번째 만나는 것이어서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서 마주서서 하는 손바닥 씨름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 많이 했지만, 어른 되면서 거의 하지 않았던 놀이였습니다. 남녀로 나누어 동성끼리 줄 씨름을 했습니다. 허리에 줄을 감고 마주 서서 줄을 이용해 상대방의 균형을 깨뜨려 상대방의 발을 떨어지게 하는 놀이였습니다. 간단한 놀이기 때문에 언제든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어서 조별로 식물원에 대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숲해설사들이 했기 때문에, 선배들의 활동 상활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숲해설이 어떤 것인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으나, 숲에 관한 인문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숲과 인간, 숲과 인간의 삶에 관한 것을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언젠가 걷기 인문학이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기 때문에 든 생각입니다. 숲을 인간 삶을 위한 도구와 이용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간 발전과 인간의 편리함과 계발을 위한 이용과 착취의 대상이었던 숲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인 것입니다. 이런 관점의 변화가 옳았고 앞으로도 더욱더 그와 같은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깨닫게 된 것입니다. 

 

자생식물원에 있는 식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음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나무든 꽃이든 구체적으로 할 필요도 없었고 알지 못해도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무와 꽃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함부로 대하고 마구잽이로 파헤치고 파내고 잘라내곤 했을 것입니다. 내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면 나를 참되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너에 대해 알면 알수록 너와 관계가 깊어지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너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무와 꽃과 곤충과 새와 야생동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으면 많이 알고 있을수록 그들과 더불어 살기 쉬울 것입니다.

 

선배들이 설명해 주는 것을 듣고 그분들이 설명하는 태도를 보면서, 참 멋진 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생식물원이지만, 방문객들이 바람에 따라 다른 나무와 꽃들이 심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토종의 작고 단순하고 보잘것 없고 투박한 모습이 개량종의 멋지고 화려함에 밀려나거나 대체되고 있어던 것이었습니다. 숲속에서 몇 시간을 지내고 울산바위가 안개와 구름과 숨박꼭질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