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글방
4월 28일, 화요일
조촐한 가운데 더욱 조촐해져.
한분이 부모님 병 간호로 불참되어 세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책나눔: <가톨리시즘>
가톨리시즘의 가장큰 원천은 놀랍고도 두려운 신비의 육화 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것은 사람이 하느님이 되게 하려 하심입니다. 하느님은 자신을 낮추어 육으로 들어 오셨고 그리하여 우리의 몸도 마음도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으며 우리 또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를 이루는 그 사랑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육화는 교회의 신비를 통해 현존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원천이자 정점인 전례안에서 하느님을 흠숭하며 찬양 합니다.
* 그리스도 교를 이해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교를 철학이나 윤리체계. 종교적 이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우리를 뒤흔드는 예수그리스도라는 한분, 신이자 인간인 그분과 맺은 관계이지요. 그리스도교의 관심 한 가운데는 그 한분이 계십니다. 완전하고 충만한 삶을 살도록 인간 존재를 이끄시는데 기쁨을 느끼시는 분!
☞ 예수님과 나와의 관계를 다시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의 마음 중심엔 예수그리스도께서 자리하고 계시는가? 나는 이분께 합당한 찬양과 경배를 나의 삶을 통해 드렸는가?
* 우리 자신과 온 우주가 하느님 은총의 선물임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기쁜 마음으로 우리의 생명을 사랑의 선물로 내어줄때, 하느님의 생명이 우리 안으로 넘치도록 흘러들어와 우리 자신이 '서른 배,예순 배,백 배'로 성장합니다. 로마의 대성당 아래 놓여있는 뼈들의 주인인 시몬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져보았습니다.교회는 바로 그 바위같이 확고하고 구체적인 증언 위에 세워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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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예수님을 등에 태운 나귀>
1988년, 어린 나이에 성가대 단장직을 맡게 돼 눈앞이 캄캄했는데, 성경을 펼치니 집회서 47장 9절 '다윗'의 이야기로 힘을 주셨다. "그는 제단 앞에 성가대를 자리잡게하여 아름다운 가락을 노래하게 하였다." 부활 준비로 오래된 성가대 악보 파일을 새롭게 정리했고, 여성 2부 성가대를 혼성4부 성가대로 개편, 실력있는 지휘자와 반주자를 밖에서 모셔오는 등 4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혼신을 다해 부활성가 연습을했다.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우리를 위해 수녀원에선 맛있는 부추전을 부쳐주셨고, 주일 미사 후 연습을 위해, 전날 혼자서 밤새워 김밥 100개를 말던일. 그때 깨달았다. 하느님의 영광은 나 자신의 죽음이란 걸. 드디어 부활 성야 미사가 성대하게 거행되고, 감사미사곡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4성부 화음으로 거룩한 성전에 울려퍼졌다.본당 공동체와 성가대가 새로운 역량과 사랑으로 부활한 그 벅찬 감동이 새롭다. 지금 나는 예수님을 등에 태운 나귀의 막중한 소명을 잘 살아가고 있는가? 주인의 뜻에 순종하는 나귀. 혹 정체성을 잃고 내 뜻에 우쭐대진 않는지? 기도와 겸손과 소리없는 봉사를 기쁜 마음으로 바칠때, 그때라야 하느님은 나에게 당신을 내어주실 것이다.
<사랑에서 부활로>
주님의 사랑이 봄빛을 타고 저히 가정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작년 12월 중순 부터 시작한 신구약 성경 읽기를 남편이 완독했고, 남편 나름대로 말씀에 맛들여 가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돌 무덤을 열고 나오신 예수님 부활의 능력에 힘입어 서로의 어둠에 잠식되어 머물지 않고, 예수님의 이끄심대로 천천히 빛으로 물들어 가는 삶 이것이 부활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내 눈을 뜨게 하시어 나를 사랑으로 만드시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은총의 부활>
햇살이 쉬어가는 창틀위에
그릇속 수초 한 포기
노랗게 변해가는 잎 하나 본지
몇 날이나 되었나?
해거름 쌀쌀한 바람 닫으려
내민손
안타까이 수초를 쓰다듬는다
숨어있던 작은잎 노랗게 질려
빼시기 내다본다.
어디가 아픈지 더듬으니
엉켜있는 뿌리에 검은색 보인다.
내 마음 어디엔가 수초처럼
엉긴 아픔의 되돌이표
이대로 부활의 문전에서 은총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