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bi 2020. 4. 24. 10:24

4월 24일, 금요일


초승달


얇고 긴 입술 하나로

온 밤하늘 다 물고 가는

검은 물고기 한 마리


외뿔 하나에

온 몸 다 끌려가는 검은 코뿔소 한 마리


가다가 잠시 멈춰선 검정고양이

입에 물린

생선처럼 파닥이는

은색 나뭇잎 한 장


검정 그물코마다 귀 잡힌 별빛들


나도 당신이라는 깜깜한 세계를

그렇게 다 물어 가고 싶다.

- 김경미 -


다슬기 국과 반찬으로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제법 높은 산과 산 사이에 섬진강이 있었지만 위에 있는 댐으로 강물은 많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칠흑과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헤드라이트에 비춰진 하얀 도로와 주변의 나무와 바위가 빠르게 뒤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강변의 굽은 도로를 따라 가다 자동차를 멈추었습니다. 헤드라이트를 끄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고 덩달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둠에 눈이 익어가면서 강물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능선에 초승달이 얹혀 있었습니다. 달빛이 전혀 없는 밤보다 더 어둡게 느껴지게 하는 달이었습니다. 달과 강물소리와 함께 어둠속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같은 그 작고 여린 달이 칠흑같이 어둔밤을  끌고 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