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글
4월 15일, 수요일
* 감정이입을 쉽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 첫째,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뜻을 알 수 있도록 씁니다. 여기서 텍스트라 하는 것은 '해석이 필요한 대상' 또는 해석이 가능한 대상을 말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전문용어나 어려운 이론을 사용해야 할 때는 그 의미를 알아내는 데 필요한 정보를 텍스트 안에 티나지 않게 집어넣습니다. 둘째, 텍스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필요한 콘텍스를 텍스트 안에 심어 둡니다. 콘텍스트는 텍스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환경, 배경, 조건, 사실, 관계, 맥락을 가리키는 말이고요. 글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문자 텍스트입니다. 그런데 독자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내가 쓴 텍스트를 나와 똑같이 해석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내가 글에 담은 생각과 감정을 독자도 똑같이 읽어 가도록 하려면 그에 필요한 콘텍스트를 함께 담아야 합니다. (『표현의 기술』, 유시민, 생각의 길, 2018, 140-142)
* 말하고자 하는 뜻을 독자에게 정확하게 전해서 이해과 공감을 얻고 싶다면, 누가 어떤 맥락으로 읽어도 최소한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써야 합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텍스트에는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하도록 독자는 이끄는 데 필요한 텍스트를 넣어야 합니다. (『표현의 기술』, 유시민, 생각의 길, 2018, 148)
☞ 글을 쓰게 된 동기나 글을 쓰면서 느꼈던 것에 대해서까지 시시콜콜하게 텍스트에 담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텍스트로 쓰여진 것에 대해 말로 부연설명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가 쓴 글안에 자기가 말하고 싶어했던 것을 모두 집어 넣고 늘어놓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말 할 때, 글을 읽는 사람은 그 글을 쓰고 있는 사람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궁리하면서 글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명문이고 대단한 사상이 담긴 내용이라 하더라도 독자는 훑어 읽는다고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입니다. 자기가 쓴 글에 대해 독자가 일일이 전화하여 물어볼 것도 아니고, 독자에게 일일이 전화하여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는거죠. 그래서 전문 분야의 사람들만이 읽는 책이 아니라면, 자기가 쓴 텍스트를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