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생활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나요

leibi 2020. 3. 18. 17:21

3월 18일, 수요일


"나는 죽으면 절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먼지로라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엄마, 먼지로 태어나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

"그러니? 그럼 아무 것으로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나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면서 엄마와 딸이 하는 말을 엿들은 것입니다. ㅋ

어떤 맥락에서 한 이야기였는지 잘 모르지만, 우습기도 했고 뭔가 생각할 거리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떤 조건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하면서 이야기했을까요? 아마 지금과 같은 생활조건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누가 다시 태어나기를 바랄 것이며, 누가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을까요?


지금 사는 것이 지옥까지는 아니지만, 고달프고 낙이 없고, 희망이 없고, 주어진 삶이니까 마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라면, 다시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서 악착같이 살아볼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만. 지금 사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아쉬울 것이 없고, 그래서 세상을 떠나기가 싫은 사람이라면, 다시 태어나기를 바랄까요? 모르긴 해도 이들도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고, 계속해서 지금처럼 살기 위해 견디고 감당해야 할 힘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사는 것이 힘들어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것이 좋은 것을 알지만,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은 삶의 무게가 얼마나 큰것인지 금방 알게 해 줍니다...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