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영성/똘레제

생텍스의 편지

leibi 2020. 2. 16. 20:50

2월 16일, 일요일


(1930년 중반) 이 즈음 항공청은 비행기의 내구력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 장거리 비행대회를 개최한다. 항공청 주관의 이 대회엔 많은 상금이 걸렸으므로, 돈이 궁한 비행사들과 모험가들이 몰려들게 된다. 주변 친구들의 권고에 밀려, 생텍스 또한 15만 프랑의 상금이 걸린 파리-사이공 장거리 비행 대회에 참여하여 5일 4시간 이내에 두 수도 간을 비행하고자 시도한다. 출발은 1935년 12월 29일이었다. 처음 몇 기항지는 별 문제 없이 통과했다. 생텍쥐페리는 기록을 세울 좋은 위치에 있었으나, 12월 30일 새벽 2시 45분, 저공비행을 하던 비행기가 고원 정상에 부딪쳐 으스러지고 만다. 리비아 사막에 추락한 것이다. 생텍스와 프레보는 그리 심한 타박상을 입지는 않았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그들은 겨우 5시간 버틸 수 있는 양식을 들고 '사람을 찾아'나선다. 사흘 동안 그들은 지칠 대로 지친 채 갈증에 시달리며 북쪽을 향해 걸었다. 최후의 순간이 닥친 거라고 자포자기했을 때, 그들은 사막의 아랍족 베두인 사람들의 대상을 만나 구출된다.(65-66)


살아남은 생텍스가 카이로에 와서 받은 첫번째 메세지는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리고 즉시 어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많은 의미를 담은 당신의 짧은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실 사막에서 당신의 이름을 불렀더랬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데 대해, 그 적막에 대해 크게 분노한 저는 나의 어머니를 외쳐부르며 마음을 달랬습니다. 콩쉬엘로(생텍스의 부인, 말썽많은) 같은 당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뒤에 남겨둔다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나를 보살펴 줄 분은 당신이었기에 이기적인 어린 염소처럼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제가 생환한 것은 어느 정도 콩쉬엘로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 당신께로 돌아갑니다. 어머니, 너무나 허약한 당신, 하지만 수호천사 같은 당신은 강하고 지혜로우며 은총 가득합니다. 한밤에 홀로, 당신께 무엇을 기원해야 할까요? 1936년 1월 3일, 카이로에서"  (『지상의 어린왕자』, 나탈리 데 발리에르/김병욱, 시공디스커버리, 2001,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