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영성/다네이 글방

글쓰기에 대해서

leibi 2020. 2. 1. 09:42

2월 1일, 토요일


강연을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와 관계된 것들이다. 그때마다 나는 청중의 나이와 분위기에 맞추어 조금씩 다른 대답을 한다. 그러나 남녀 노소에 관계없이 내가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광기 어린 메모의 열정'이다. 자기만의 글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 내가 가장 추천하는 글쓰기의 첫걸음은 '저 사람 조금 미친 거 아닌가 싶게, 마구잡이로 메모를 해보라'는 것이다.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은 물론, 아직 '완결된 생각의 덩어리'가 아니지만 뭔가 마음을 미세하게 간질이는 느낌을, 제대로 언어화되지 않은 야생의 느낌을, 일단 한번 종이 위에 옮겨보라는 것이다. 문장이 되지 않는다면 그림을 그려도 좋고, 악보나 만화를 그려도 좋다. 그 '첫 번째 느낌'을 메모하고, 그 메모를 글로 변환하는 작업이 글쓰기의 묘미다. (『마음의 서재』, 정여울, 천년의 상상, 2015, 283)


   ☞ 공부의 왕도는 없다,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고 합니다. 글쓰는 사람들의 바람은 '잘' 쓰는 것입니다. '잘 쓴다'는 것의 1차적인 의미는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가능한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 많이 깊게 읽어야 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서건 자기 나름의 관점에서 글을 써보고, 자기가 표현하고자 했지만 할 수 없었던 것을 그대로 표현한 글이 있을 때 새기며 읽거나 옮겨 적어보고, 반딧불 같든 번갯불 같든 떠오르는 생각이 있을 때 붙들어 매놓기 위해 즉시 메모하고, 그 생각을 보충히가면서 다듬어 가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서 엉망으로 될 때라도 실망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고, 매일 밥 먹듯이 쓰고 또 쓰고, 양을 정해놓고 그 양에 꼭 맞추어 글을 써보고, 긴 호흡의 글을 쓰기 위해 양을 많게 하면서 써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글을 써보고, 자기가 체험한 것 뿐 아니라 상상해서 글을 써보고, 다른 사람에게 수정을 부탁하면서 조언을 청하고, 원고 청탁이 들어왔을 때 사양하지 말고 일단 받아놓고 고민하고, 전혀 다른 주제와 글쓰기 재료를 조합하여 글을 만들어 보고, 의식적으로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고, 글과 놀이를 하는 마음으로 하고, '앉아서' 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글쓰기의 재미를 알게 되고, 표현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조금씩 문장으로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가끔 자기가 생각해도  '잘'쓴 글들이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이 읽고 나서 제법 '잘'썼네라고 말하는 글도 나오게 될 것입니다. 글을 써서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여 그 안에서 즐기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을 것입니다. 덤으로 자기가 자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되고 이웃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되며, 사람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러기에 사람들이 고민했던 것에서 함께 고민하는 대열에 낄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의 한 구성원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덤으로 누리게 될 것입니다.